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는데 말은 계속 잘하시면서도 질문과 전혀 다른 대답을 하거나 간단한 부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족은 처음에는 “귀가 잘 안 들리시나?”, “요즘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셨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갑자기 나타났다면 청력이나 건망증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뇌졸중으로 뇌의 언어 영역이 손상되면 말을 듣고 이해하거나 말하고 읽고 쓰는 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실어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어증은 지능 자체가 떨어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1. 말을 유창하게 한다고 언어기능이 정상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언어장애라고 하면 말을 전혀 못하거나 단어를 힘겹게 말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실어증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은 말을 비교적 자연스럽고 유창하게 이어가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베르니케 실어증과 같은 유형에서는 말의 양은 많고 문장처럼 들리더라도 내용이 맞지 않거나 엉뚱한 단어가 섞일 수 있고,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거나 단어나 문장을 그대로 따라 말하는 데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이 “말을 이렇게 잘하는데 뇌졸중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 중요한 변화를 놓칠 수 있습니다.
2. 건망증과 다른 점은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부모님께 “냉장고에서 물 좀 가져다주세요”라고 말씀드렸는데 전혀 다른 행동을 하거나, 평소 쉽게 알아듣던 짧은 설명을 갑자기 이해하지 못한다면 눈여겨보세요.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해도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답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읽기와 쓰기도 함께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어증은 말하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뇌졸중 이후 읽기나 쓰기, 말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미국뇌졸중협회도 실어증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부모님이 갑자기 문자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평소 알고 있던 물건 이름을 이상하게 말하고, 간단한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변화가 함께 생겼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3. 갑자기 생겼다면 치매라고 단정하지 마세요
치매는 여러 형태가 있고 증상 진행 속도 역시 다양하지만, 뇌졸중에 의한 언어장애는 갑자기 발견될 수 있습니다. 어제까지 자연스럽게 대화하던 부모님이 오늘 아침부터 갑자기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떨어졌구나” 하고 며칠 지켜보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언어 이해의 변화와 함께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한쪽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고, 갑자기 걷기 어려워지거나 시야가 달라진다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말하기 또는 언어 이해의 어려움은 뇌졸중 경고 신호에 포함됩니다.
4. 부모님에게 계속 틀렸다고 지적하지 마세요
이미 뇌졸중 진단을 받고 실어증이 남은 부모님과 대화할 때는 보호자의 태도도 중요합니다. 실어증이 있다고 해서 부모님의 생각이나 지능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표현하거나 이해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여러 질문을 하기보다 짧고 분명한 문장을 사용하고, 대답할 시간을 충분히 기다려 주세요. 필요한 경우 글씨나 그림, 손짓을 함께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언어 기능에 변화가 있다면 언어재활을 담당하는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 현재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뇌졸중협회도 실어증 평가에서 말하기와 이해하기뿐 아니라 읽기와 쓰기 등을 함께 살피며 언어재활 전문가가 치료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마무리
부모님이 말을 계속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어기능이 모두 정상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대화의 핵심은 말을 하는 능력뿐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적절한 말로 표현하는 능력까지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평소 대화를 잘하던 부모님이 갑자기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대답을 하고 단어 사용이 이상해졌다면 단순한 건망증이나 노화라고 넘기지 마세요. 특히 얼굴이나 팔다리 움직임, 시야와 균형에도 갑작스러운 변화가 함께 있다면 신속한 의료평가가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평소 대화 습관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가까운 가족일 때가 많습니다. “원래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보다 “어제와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먼저 살펴보는 습관이 중요한 신호를 놓치지 않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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