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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요양

치매 부모님 "내 돈, 통장 훔쳐갔지?" 도둑망상 대처법과 현장 대화 요령

by 옆집 사랑채 2026. 10. 20.

"너 내 지갑 손댔지?", "내 통장이랑 패물이 감쪽같이 없어졌어. 당장 내놔라!"

 

치매를 앓으시는 부모님을 모시면서 자식으로서 가장 억울하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 십중팔구는 이 '도둑망상(피해망상)'을 마주할 때일 것입니다.

 

지극정성으로 식사를 챙겨드리고 대소변을 받아내며 밤잠 설쳐가며 간병하고 있는데, 고맙다는 말은커녕 가장 믿었던 자식을 도둑 취급하며 매섭게 노려보실 때면 허탈함을 넘어 서운함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 증상은 부모님이 나빠서도, 자식을 미워해서도 아닙니다. 뇌세포 손상으로 기억력이 흐려지면서 '내가 물건을 둔 장소'를 잊어버린 뇌가, 그 불안과 혼란을 메우기 위해 "누군가 가져갔다"고 왜곡해 믿어버리는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입니다.

 

억울한 마음에 언성을 높이며 따지면 어르신의 불안과 공격성만 더 커질 뿐입니다. 오늘은 수많은 보호자분들이 겪으시는 치매 부모님의 도둑망상 앞에서 감정 소모를 줄이고 슬기롭게 상황을 넘기는 실전 대화법과 대처 요령을 정리해 드립니다.

 

1. "내가 왜 훔쳐요!" 결백을 주장하며 절대 따지지 마세요

부모님이 도둑으로 몰아세울 때 가족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가 바로 "내가 엄마 돈을 왜 가져가요? 서운하게 왜 그러세요!", "아까 엄마가 장롱 속에 넣어두셨잖아요!" 하고 논리적으로 맞서는 것입니다.

 

기억해야 할 점은, 어르신의 머릿속에서는 '누군가 내 소중한 것을 훔쳐갔다'는 사실이 한 치의 의심도 없는 100% 진짜 현실이라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결백을 증명하려고 논리적으로 따지거나 화를 내면, 어르신은 자신을 속이고 공격한다고 느껴 불신이 더 깊어지고 흥분 상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억울하더라도 사실 여부를 다투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원칙입니다.

 

2. 부모님의 '놀라고 불안한 감정'에 먼저 공감해 주세요

물건의 행방을 따지기 전에, 평생 소중하게 여겨온 돈과 통장이 사라져 극도로 불안해하고 계신 부모님의 마음에 먼저 편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 마음을 가라앉히는 마법의 공감 화법:
  •       "어머, 정말요? 어머니 그 소중한 통장이 없어졌어요? 정말 많이 놀라셨겠어요."
     
    • "아이고, 얼마나 속상하셨어요. 제가 꼭 찾아드릴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이렇게 어르신의 편에 서서 감정을 인정해 드리면, 곤두서 있던 경계심이 스르륵 풀리면서 자식을 '도둑'이 아니라 '내 편이자 조력자'로 다시 인식하게 됩니다.

 

3. 부모님과 함께 '찾는 시늉'을 하며 자연스럽게 찾아내세요

공감을 해드렸다면, 이제 어르신의 손을 잡고 함께 찾는 시늉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이때 "여기 있잖아요!" 하고 자식이 단번에 찾아주면, 어르신은 "네가 갖고 있다가 슬그머니 갖다 놓았구나" 하고 도둑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어르신이 주로 숨겨두시는 단골 장소(베개 밑, 매트리스 사이, 옷장 깊숙한 주머니, 신발장 속, 양말 안 등)를 평소에 미리 눈여겨보아 두세요.

 

  • 어르신과 함께 방안을 천천히 둘러보며 "엄마, 혹시 이 서랍장 안에도 한번 볼까요?", "여기 외투 주머니에는 없을까요?" 하고 어르신이 직접 손을 넣어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해 드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 어르신이 스스로 찾으시게 한 뒤, "아이고 다행이다, 도둑맞은 게 아니라 옷 속에 잘 숨겨두셨었네요! 역시 어머니 꼼꼼하시네" 하고 칭찬으로 마무리해 주시면 어르신의 자존감도 지켜드릴 수 있습니다.

 

4. 찾지 못할 때는 '시선 돌리기(환기)'와 '대체품'을 활용하세요

만약 어디에 두셨는지 도무지 찾을 수 없거나 찾았는데도 불안해하신다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가짜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화제 전환 (주의 환기): 어르신이 좋아하시는 달콤한 믹스커피 한 잔, 제철 과일을 내어드리며 "엄마, 찾는 동안 기운 빠지셨으니 이거 달달한 것 한잔 드시고 다시 찾아봐요" 하고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전환해 보세요.

 

  • 가짜 돈과 예비 통장 준비: 매일 지갑 속 현금이나 통장을 확인하며 불안해하시는 어르신이라면, 지갑에 만 원짜리 지폐 몇 장이나 장난감 가짜 지폐, 사용하지 않는 해지된 통장을 미리 넣어두고 "여기 잘 보관되어 있네요" 하고 안심시켜 드리는 것도 현장에서 자주 쓰는 유용한 팁입니다.

매일 도둑 취급을 당하다 보면 아무리 효자, 효녀라도 가슴에 피멍이 들고 간병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찾아옵니다. 그럴 때는 '우리 엄마가, 우리 아버지가 나한테 이러는 게 아니라 치매라는 몹쓸 뇌 질환이 그러는 거다'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거리를 한 발짝 두셔야 합니다.

 

따지지 않고 감정을 받아주는 일, 부모님 편이 되어 함께 찾아주는 작은 여유가 결국 어르신의 불안을 잠재우고 내 마음의 상처도 덜어내는 가장 현명한 돌봄의 길입니다. 오늘도 눈물 삼키며 부모님 곁을 지키고 계신 모든 가족분들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전합니다.